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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PAPER로 이배 작가님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데,
예술혼이 부족하다 싶은 기분이 들어 근처 현대미술관, 뉴욕의 MOMA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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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추상미술은 경이롭다.붉은 그 거리를 걷다가 느껴지는 사람들의 숨결에 울컥하게 하기도 하고,
파란색, 회색, 그리고 노란색의 숨 막히는 혼재.
내 마음을 고스란히 나누었던 그 색들에게 배신 당하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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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는 나의 모든 감정과 기억들을 모아
까치발을 들어도 닿을 수 없는 저 높은 책장에 얹어버렸다.
작품들은 그렇게 잊고 살았던 그 조각들을 내게 물어다 준다. 그리고 나를 그들과 다시 이어준다.
비슷한 자극들로 가득한 내 세상 속,
닳기만 하는 책장을 딛고 더 높은 곳까지 닿을 수 있게.
살면서 비슷한 경험이 생길 때 단 번에 그 기억과 감정을 내 스스로 찾을 수 있게.
그리고 더 크게 동요될 수 있게. 나를 단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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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끝도 없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데,
가끔 나는 네모 반듯한 이 곳에 머물러 있다.
모서리를 선뜻 넘어서지 못하는 그런 날이면,
나는 대신 하루하루를 내 앞의 화폭에 더 섬세하고 정교하게 담아 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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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다양한 언어를 통해 전달됨에 그 본질적 의미가 왜곡될 때가 많다.
반면, 작품은 마주한 사람과 직접 소통하기에 더 온전한 수단이 된다.
그 너머의 사람을,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존재로서 의미를 투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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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샌가부터 의미를 찾지 못한 기억들은 희미하고 뭉뚝하게 물을 한가득 부은 수채화처럼 남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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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담아야 한다.
우리가 그저 무난하게 살아가려고 했던 세상을,
더 예민하게 더 진심으로 모든 것을 던져 느끼며.
미술은 기록이다.
아름다움의 기록이고, 슬픔의 기록이며, 행복의 기록이고, 아픔의 기록이다.
내가 경험하는 지금 이 세상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알지 못했을 그 과거의 날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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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수히 많은 틀을 그려낸다.
그리고 예술은 그 위에 살포시 색을 입혀낸다.'일상 > 센치한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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