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섭이 왜 그렇게 좋아?

    2022. 2. 28.

    by. 로-디

    언젠가, "노래 = 음악 + 문학" 노래는 소리로 표현하고 언어로도 표현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뮤지컬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와닿는 이야기였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모든 감정을 녹여 음악으로 그 이야기를 표현해내는 것이 뮤지컬 그 자체 아닌가!

     

    만약, 이 공식을 사람으로 표현 해야 한다면? 당연히 같은 이유에서 정통 뮤지컬 배우들을 떠올릴 줄 알았겠지만, 나에게는 내 영원한 본진 이창섭님이 있다. 섬세한 발성과 해석으로 이야기를 완성시켜내는 나에게 가장 와닿는 노래. 그렇게 좋아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도. 이 사람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뮤지컬 그 통째로의 감동이 한 사람에게서 느껴진달까.

     

    이창섭님의 등장으로, 어쩌면 나에게 가장 와닿는 노래 = 뮤지컬이라는 등식을 부수고 나에게 가장 와닿는 노래 = 이창섭이라는 절대 등식이 생겨버린걸지도.

     

    처음 이 가수한테 빠지게 된게 정말 우연하게 본 '후회한다' 커버영상 이었는데, 감성이 메말라 있는 나에게 노래를 통해 울먹일 정도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건 신선한 충격이었다. 처음엔 그저 공감을 잘하고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일주일 내내 그 영상을 찾아 보는 나를 발견하고, 이 사람이 표현하는 감정은 무엇일까 알고 싶어졌다. 

     

     

    운명적이게도, 내가 '후회한다' 영상을 본 그 달, 이창섭님이 그 이룸도 웅장한 2017년 꽃보다 남자 뮤지컬로 배우 데뷔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내가 애정하는 둘의 교점이 나의 인생의 중심에서 획을 그어나가기 시작했다. 노래로 무언가 표현한다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창섭님이 표현하는 사람은, 감정은, 이야기는 표면적이지 않고 그 내면의 깊이가 그대로 느껴진다. 알면 알수록 배울 것이 너무 많은 사람, 5년간 무대위 이창섭 배우님과 함께하며 나에게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고 또 성장했다.

     

    나는 창섭님의 발성에 가득 채워진 표현력이 좋다. 뮤지컬을 시작하며, 또 엇비슷한 시기에 성대결절을 겪고 군대를 겪으며 창섭님의 발성이 많이 바뀌었는데. 잠시 발을 담궜던 발성학 수업을 떠올려 몇 자 적어보자면, 창섭님의 기존 발성은 여리고 섬세한 구강50:비강50 발성법이었다. 구강 중에서는 성문-치조 일자로 목소리를 뻗어내는 방식이었는데, 흘러나오는듯한 호흡 섞인 미성이 속삭이듯 이야기를 전달하고 아련한 감성을 극대화시키곤 했다.

     

    결절 이후로는 성대를 덜 조이며 압력을 바로 끌어올리는 발성을 찾으셨는데, 특유의 톡 치면 넘어질 것 같이 여리던 목소리가 경구개까지 넓게 소리를 치고 전달해 조금 더 공명감 있어졌다. 구강70:비강30 으로 고음 소화에서도 구강 공명을 더 사용하시고 더불어 바이브레이션도 더 굵어졌다. 덕분에 뮤지컬 노래를 할 때 딜리버리가 더 정확해지고 통념적 뮤지컬 남자 리드의 용감하고 듬직한 캐릭터를 더 자연스럽게 소화해내시는 것 같다. 

     

    정말 바뀐 발성에 따라 작품도 고르시는건지. 이창섭님이 그동안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많이 담아 실패할 수 없던 데뷔작 꽃보다 남자 도묘지 츠카사에서 여린 발성의 매력이 극대화 되는 서사를 가진 나폴레옹 뤼시앙, 에드거 엘런포, 도그파이트 버드레이스, 아이언마스크 루이14세를 지나 사랑하는 이의 옆에서 굳건하게 버티는 힘 있는 발성의 무사 명성황후 홍계훈과 백작 마리앙투아네트 페르젠까지. 정말 작품들 그 자체로 그동안 창섭님이 겪어온 변화들을 잘 나타내지 않나 싶다. 이창섭님이 소화한 역할들은 정말 한명 한명 내 마음속에 아직 살아 숨쉬는 기분인데, 그들에 대해서는 다른 글을 통해 기록에 남겨두려고 한다.

     

    최근에, 비투비가 Be Together이라는 정규앨범으로 컴백을 했는데, 창섭님의 목소리가 정말 많이 들린다. 특히, 타이틀 곡인 '노래'에서는 첫 벌스부터 창섭님 발성 테크닉이 몰아치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머리로 이해하는 내용도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도 귀로 들리는 소리도 그 어떤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그야말로 완전한 경험을 선사하는지. 더 신기한건, 달라진 발성법에도 뮤지컬 노래를 부를 때와는 또 확연히 차이를 둔 소리가 정말 이 사람이 노래마다 표현해내고자 하는 소중함과 가치가 느껴진다. 

     

    여담으로, 창섭님의 목소리는 그 장점이 극대화되는 환경에서 정말 이 세상 아닌 황홀감을 준다. 노래에 따라, 스피커에 따라, 창섭님의 목소리가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오디오 선택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청음샵 테스팅을 꼭 창섭님의 듀엣곡 커버 beautiful로 하는 습관이 생겼을 정도! 특별히 신경 쓰는건 창섭님의 감정선이 드러나는 숨소리를 부드럽게 담아내는지와 미묘한 바이브레이션을 귀에 속삭이듯 표현해내는지, 해상력. 한 예로, 밴드 음악 들을 때 좋아하는 베이스가 강한 보스 스피커로는 창섭님의 목소리가 잘 담아지지 않는다. 숨겨지고 가려져 그 안으로 들어가 창섭님 목소리를 손잡고 끌어내고 싶은 답답함이 있다. 정말 그 호흡 한 줌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오히려 덜 다듬어진 소리를 내뿜는 아이리버. 오래 듣는다면 조금 더 밸런스를 맞춘 소니가 괜찮았던 것 같다. 물론 이퀄라이저로 미드레인지를 조금 부스트해야겠지만. 아! 정말 제대로 듣고 싶다면 마르텐 스피커 꼭 한 번 들어보길. 정말정말정말 이창섭님 맞춤 스피커가 아닐까. 신세계였다. 마지막으로, 에어팟으로 듣는다면, balanced tone 을 slight로 설정하면 조금 더 창섭님의 목소리에 맞춰진 듯한 느낌이었다. 에어팟 자체가 중고음 강조 오디오기에 다른 기기와는 조금 설정이 다른건가 싶다.

     

    요즘 뮤지컬을 보면 창섭님과 같은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들이 많이 보이곤 한다. 프레스콜을 기웃거리다보면 아직 장르에 융화되는 과정에 있는, 자신만의 표현법을 찾아나가고 있는 듯한 배우들이 많이 보이는데, 성악 발성을 기반으로하는 뮤지컬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에게는 가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음악과 문학을 함께 표현해내는게 원체 오랜 시간과 내공이 쌓여야 하는 일일뿐더러 마음에 와닿는다는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그들이 출연만으로도 뮤지컬 시장계에 그 전과는 다른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어주는건 분명하기에 개인적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크다. 덕분에 늘어난 사람들의 관심으로 뮤지컬 시장의 파이가 커졌고, 작품에 다양성이 생기고 더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세상에 소개되고 있다. 개인적 바람으로는 모두가 이 경험을 좋은 계기로 삼아 이후에도 꾸준히 뮤지컬계에 관심을 가지고 오래 성장하며, 더 많은 것들을 표현해내는 배우들로 남아주었으면 좋겠다. 출신을 떠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게 중요한게 아닐까. 결국, 뮤지컬은 극장 속 사람들에게 3시간의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마법이니까. 마치 내 하루하루를 꿈처럼 만들어주는 노력형 배우 이창섭님처럼. 그들도 누군가의 마법이, 그 시작이 되어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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