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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최애 현대미술 작품 | Christian Marclay—The Clock(2010) | 크리스천 마클레이 - 시계(2010)
현대미술은 난해하다. 요상하고 접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도대체 현대미술은 어떻게 감상해야하는 것일까.
현대미술 (Contemporary Art)는 2000년대 이후 회화, 조각, 사진,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등의 형식을 통틀어 일컫는다. 현대미술의 가장 큰 특징은 더 이상 액자 속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미술은 작가의 생각과 관심사, 사회의 흐름과 현상 그 자체를 상징하며, 그 형태 또한 굉장히 다양해졌다.
현대미술은 기존의 고정된 미술의 틀로는 작가의 의미와 생각을 충분히 전달할 수 없다는 한계 인식에서부터 시작했다. 따라서, 현대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또한 작가들이 답답함을 느꼈던 기존 미술 형식에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며, 작품을 현대적으로 또 표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쉽게 말해, 마치, 미술 세계를 처음 접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라틴어로 이러한 접근을 '빈 도화지 상태 접근: tabula rasa approach' 라고 한다. 내 마음을 순수 백색 도화지, 또는 그저 텅텅 빈 갤러리의 한 면이라고 생각하고, 서서히 작품이 그 공간을 채우는 모습을 상상해 나가는 방법이다.
TABULA 접근을 더 차근차근 알아가보자.
- T는 시간(time) 이다. 한 작품을 감상할 때 5번의 호흡이 이루어질만큼의 시간을 가진다. 호흡이 너무 잦은 경우, 또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경우, 마치 책의 겉면만 훑는 느낌이 든다. 현대 미술을 보자마자 첫 인상으로서 그 작품을 평가하고 인식해버린다면, 그저 너무 지루한 영상, 너무 많은 글자, 과하게 추상적인 작품 정도로서의 감흥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조금의 시간을 더 투자해 보다 차분한 상태에서 작품을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 A는 연관(association)이다. 내가 무엇에 공감하는가? 현대미술은 개인적인 경험을 연상시키는 여지를 남긴다. 실제로 경험했던 일이나 감정, 혹은 그저 본능적 감이 될 수도 있다. 작품을 보며 자신도 모를 연관성이나 유사성을 느끼게 된다면 그 감정이 무엇인지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가진다. 결국 작품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다. 나의 삶이 어떻게 투영되는가. 작가가 무엇을 그렇게 열심히 전하고자 했든 의미와 해석을 찾는 여정은 오롯히 본인만의 것이다.
- B는 배경(background)이다. 대부분의 현대미술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 관심사나 연구,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간혹 제목 자체가 그 의도를 나타낼 때도 있다. 또는 벽에 따로 붙어 있는 캡션이나 기사화된 이야기들이 작가를 대변하기도 한다. 작가의 국적을 살펴보거나,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작가의 세계관을 엿보는 것은 작품 해석에 깊이를 더한다. (사람들은 더 나아가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전반적 흐름을 파악하고 작가가 어떤 미술적 영향을 받았는가를 찾아내고자 한다. 하지만, 작품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많은 정보는 사실 필요치 않다!)
- U는 이해(understand)다. 이제 작품을 보았고, 연관성을 발견했고, 감정을 느꼈다. 아마 이 작품을 만든 작가에 대해서도 더 궁금해졌을 수 있다. 이 모든 정보들이 소화되면서 새로운 자각을 하게 된다. 작가가 나의 이러한 사고를 의도한 것인가? 위치 선정이나 작품의 크기를 통해 내가 인식하는 바를 조절하고 있는 것인가? 주변 환경이 이 작품의 존재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의식하지 못한채로, 나는 아마 작품을 통해 어떤 역사적 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을 수도, 작가의 눈을 빌려 정치적 성향을 굳혔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의심들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 L은 다시보기(look again)다. 다시 한 번 작품을 보면서 내가 이해한 바를 머리속으로 정리하고 그 전에 보이지 않던 디테일을 찾아본다. 정말 간단해 보이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정말 오래오래 곱씹어 볼 만한 요소들을 숨겨 놓았을 수도 있다. 작품에 사용된 재료나 질감이 눈에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처음에 작품을 감상했을 때 느꼈던 감정과는 그 모습이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다.
- A는 평가(assessment)다. tabula의 과정을 거치며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작품이 더 개인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 때 마음 속에 자리잡은 작품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다. 이는 정말 주관적인 일이다. 그 어떤 지식있는 미술작품 평론가가 작품의 수준, 일관성, 노력, 정통성, 창의성, 표현력들을 평가하든, 모든 개개인의 취향을 예측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평론가도 본인의 편향된 기준에 따라 작품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품을 감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인상과 감상이다.
tabula의 가장 큰 목표는 작품을 빠르게 해결하듯 인식하지 않고 그 가치를 느끼며 감상하는 과정을 돕는 것이다. 작품은 살결로 느낄 때 그 이해가 높아진다. 재생산된 작품이거나 레플리카 작품들에서는 절대 현대 미술을 현장에서 감상했을 떄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삶과 인생, 믿음과 신념들은 분명히 작품에 또 다른 색을 더해 나만의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현대미술을 마음껏 감상해보자!
현대미술, 나머지 공부도 하고 싶다고?
1) 현대미술의 정의와 종류
JRkim. "현대미술이란?" 네이버 블로그 | jrkimceo님의블로그, 26 Oct. 2021, https://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jrkimceo&logNo=222548259893&categoryNo=1&parentCategoryNo=0&viewDate=¤tPage=1&postListTopCurrentPage=1&from=postView
2) 현대미술의 중요성과 창시자 앤디워홀
강안나, "[Opinion] 아리송한 현대미술을 이해하려면. (2) 현대미술이란? [시각예술]." 아트인사이트, 18 April. 2020,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47347
3) 현대미술의 발전과 특징
최두은. "현대미술을 쉽게 보는 네 가지 관점." 정글매거진, 30 March. 2011, https://www.jungle.co.kr/magazine/9707
TABULA 접근 참고문헌
Ward, Ossian. Ways of Looking: How to Experience Contemporary Art. Laurence King Publishing Ltd,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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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는 시간(time) 이다. 한 작품을 감상할 때 5번의 호흡이 이루어질만큼의 시간을 가진다. 호흡이 너무 잦은 경우, 또는 시간이 너무 짧은 경우, 마치 책의 겉면만 훑는 느낌이 든다. 현대 미술을 보자마자 첫 인상으로서 그 작품을 평가하고 인식해버린다면, 그저 너무 지루한 영상, 너무 많은 글자, 과하게 추상적인 작품 정도로서의 감흥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조금의 시간을 더 투자해 보다 차분한 상태에서 작품을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