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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무엇일까. 토마스 사라세노는 자유가 공존 추구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네트워크에 대한 존중이라 말한다. 이런 관계 중심적 예술관은 자연과 우주, 인간이 하나라는 동양의 천지 사상과 흙 속의 우주를 믿는 불교의 사상과도 유사한 부분이 많은데, 철학적 개념을 시각적 언어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토마스 사라세노의 시각적 소통은 여러 감각들을 아우른다. 가장 대표적인 거미줄 작품 외에도 3D 프린팅과 레이저를 통해 빛과 소리를 표현해내고, 제한적 공간 속 우주 먼지의 움직임을 포착해낸다. 여러 차원에서의 다양한 자극들이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을 통해 통일되고 동일한 힘과 이미지를 전달해낸다.
거미줄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문득 경계의 시각적 구분이 얼마나 무의미한가 떠올렸다. 여러 거미들이 함께 작업한 이 거대한 세계는 수도 없이 많은 이차원적 거미줄이 교차되고 겹쳐지고 덧대어져 만들어졌다. 그리고 아주 역설적이게도, 이 정교한 세계 속 거미들은 아주 평화롭게 독자적으로 공존한다. 토마스 사라세노가 이야기한 자유란 이런걸까.
사람들은 규칙과 질서로 이 세상의 경계를 만들어냈다. 이 경계는 오늘날 우리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큰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혼돈의 가장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인간에 의해 분리된 영역의 구분은 언제나 약하고 위태롭다. 하지만, 이 구조와 통제가 낳은 차별과 증오, 인간 사이의 그 틈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강하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드러나는 소유와 권력을 향한 욕망 그 추태한 경계(警戒)를 떠올리며 폭력이 되어버린 구분과 토마스 사라세노가 이야기하는 자유를 되돌아보았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자신의 생각, 인상, 감각을 시각화하는 독보적인 능력을 가진 작가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그 너머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예술의 큰 힘임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새겨준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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